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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존 테리, '악수' 못한 남자들의 수난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2.02.14 16:50
수정2012.02.14 16:50

[SBS ESPN 이은혜 기자] 요즘 축구종가 영국에서는 '악수'가 화두다.

축구선수들과는 무관할 것 같던 이 단어와 가장 자주 함께 등장하는 두 선수는 리버풀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 그리고 첼 시의 수비수 존 테리다. 공통된 단어는 '악수'지만 문제의 이면은 심각하다. 인종차별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1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의 'BBC'를 비롯 주요 언론들이 "리버풀의 미국인 구단주 존 헨리가 급하게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근 구단서 불거진 '수아레즈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심각한 개인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10월 리버풀의 수아레즈는 맨유와의 경기 도중 상대팀 수비수인 파트리스 에브라와 충돌을 빚었다. 에브라는 경기 후 "수아레즈가 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고 조사에 나선 영국 축구협회(이하 FA)는 수아레즈에게 8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었다.

첼시의 수비수 존 테리 역시 에브라-수아레즈 사건이 벌어졌던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월,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와의 경기 도중 상대팀 수비수인 안톤 퍼디난드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수아레즈 사건 이후 선수들 사이서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까지 일부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붓는 등 프리미어리그는 계속해서 '인종차별'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그리고 1월 말 첼시와 QPR의 리그 재대결을 앞두고는 안톤 퍼디난드에게 총알이 든 택배상자가 배달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FA는 첼시와 QPR의 경기 전 원정팀 선수들이 홈 팀 선수에게 차례로 악수를 청하는 공식행사를 아예 취소시키기까지 했다. '악수'를 두고 괜한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계속됐고, 끝내 경찰이 사건수사에 개입한다. 존 테리 사건은 다가오는 7월 재판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상황을 좌시할 수 만은 없었던 FA가 결국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첼시의 주장이자 영국 국가대표팀 주장이기도 했던 존 테리였기에 다수의 축구 원로들 및 여론은 "테리가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 주장에 적합한가"를 놓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였고 FA는 직접 나서 존 테리의 주장직을 박탈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가 나섰다. "존 테리에게 전화를 걸어 주장직을 사임하도록 한 FA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표팀 감독인 나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아직 사법부의 판결이 나지도 않은 사건에 왜 FA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가? 나는 테리가 주장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카펠로는 FA와 대립각을 세운 지 약 일주일 만인 지난 9일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약 3개월 만에 에브라와 수아레즈가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났다. 영국 언론은 과연 이 두 선수가 경기 전 '화해의 악수'를 나눌 것인가에 일제히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종차별로 불거진 존 테리 이슈가 일파만파 후폭풍을 일으키며 영국 축구계를 들었다 놓은 지 며칠 안 된 시점이었기에 두 선수의 '화해'를 향한 언론의 관심은 더 뜨거웠다.

인종차별을 당한 에브라가 먼저 악수를 청했지만 수아레즈는 화해의 손길을 뿌리쳤다. 에브라는 악수를 거부한 수아레즈를 재차 붙잡아 세웠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경기 중 두 선수가 '시한폭탄'처럼 행동하는 장면은 전 세계 축구팬들의 안방에 여과없이 그대로 중계됐다.
딴에는 '억울함'을 항변하려던 것이었겠지만 악수를 뿌리친 수아레즈의 행동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인종차별 논란들을 관통해 이론의 여지 없이 비난을 받았고, 급기야 리버풀 구단이 나서서 공식사과를 전달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 됐다. 그러나 리버풀의 일부 글로벌 스폰서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이슈에 휘말려 부적절한 행동을 계속한 수아레즈로 인해 구단을 스폰서 하고 있는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직접적인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수도 하지 못한 존 테리나 안톤 퍼디난드는 물론 악수를 거절당한 에브라나, 악수를 거부한 수아레즈 모두 결국 큰 상처만 받았다. 수아레즈는 다가오는 여름 리버풀서 방출될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때 축구종가의 '캡틴'이었던 존 테리는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어쩌면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아는 그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존 테리가 적절한 시점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수아레즈가 그저 에브라의 손을 받아 쥐었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기는 힘들어도, 하고 나면 후회는 없는 것이 화해가 아닐까. 물론 단지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경멸하는 슬픈 일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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