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진, 신예 투수들 등장으로 반전 이루나
SBS Sports
입력2012.05.16 11:08
수정2012.05.16 11:08
LG 차명석 투수코치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고민에 빠져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과 시범경기 기간 동안 차 코치는 그 누구보다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 FA 이적과 초유의 사건을 포함, 마운드에 축을 이뤘던 투수 3명이 팀을 떠나면서 LG 투수진은 8개 구단 최악으로 꼽혔고 다른 팀 코치들은 차 코치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었다.
리즈가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기면서 선발진에는 주키치 외에 지난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주키치 제외한 다른 선발투수에겐 좀처럼 선발대결 승리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베테랑 선발투수들은 이닝 소화에 의문부호가 붙었고 신예 투수들 중에는 한 시즌이라도 풀타임 선발을 경험한 이가 전무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차 코치는 “유동적으로 선발진을 구성해 5할 승률을 가져가 보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즉 5인 선발로테이션을 고정하기 보다는 상대팀과의 상성을 고려해 7, 8명의 투수들을 다양하게 마운드에 올려 약점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어쩌면 오히려 투수진 운용에 혼란을 일으켜 자충수의 결과를 초래할 듯싶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약 30경기를 치른 현재 차 코치의 예언은 완벽하게 적중하고 있다. 에이스 주키치가 작년 이상의 활약으로 선발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도박으로만 보였던 신예 투수 이승우·최성훈·임정우의 선발 기용이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LG는 이들 세 명이 선발투수로 등판할 때 6승 2패를 기록, 주키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기록한 5승 2패와 흡사한 성적을 남기는 중이다. 15일까지 LG가 올린 15승 가운데 11승이 주키치와 세 명의 신예 투수들을 통해 나왔고 차 코치의 공언이었던 5할 승부는 현실이 됐다.
신예 투수들의 등장은 올 시즌 LG 김기태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친 후 “신구조화가 이뤄진 선발진을 구축하려 한다. 젊은 투수들이 베테랑 투수로부터 노련미를 배우는 것을 유도하겠다”고 선발진 구성 계획을 세운 바 있고 이승우와 최성훈, 그리고 15일 SK전에서 5⅓이닝 3실점을 올린 임정우가 신진 세력의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승우는 지난 시즌까지 1군 무대서 13이닝을 던진 게 전부, 최성훈은 대졸 신인, 임정우 역시 지난해 1군에서 겨우 5⅓이닝을 소화한 2년차지만 셋 모두 안정된 제구력과 자신만의 장기를 마음껏 살리는 중이다.
이승우와 최성훈은 좌완투수로서 내야 땅볼 유도에 용이한 패스트볼과 마음껏 몸쪽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컨트롤을 지니고 있다. 또한 체인지업과 커브, 좌투수에게 있어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용이한 슬라이더까지 안정적으로 구사할 줄 안다. 임정우는 공격적으로 상대 타선과 승부하면서도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던져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마무리투수로 전환 중인 봉중근은 “어린 투수들의 눈빛이 살아있다. 자신들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서로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다”며 “좌완 승우와 성훈이 모두 항상 1루 주자 견제 요령을 물어본다. (유)원상이와 내가 이들의 호투를 지켜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후배들의 활약에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이들 신예 투수들의 선전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LG 선발진은 지난 13일 리즈가 선발투수로 복귀해 주키치와 다시 좌우 원투펀치를 형성한 가운데 풍부한 예비 전력을 구축해 놓았다.
여전히 큰 기대를 받고 있는 2년차 임찬규가 퓨처스리그서 선발 수업에 매진하며 1군 복귀를 준비 중이고 베테랑 김광삼·정재복도 언제든 선발투수로서 마운드를 밟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LG 선발진은 지금까지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3점대를 올리며 리그 중위권에 자리했다.
시즌 전 최약체로 꼽혔던 LG 선발진,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팀 상승세를 주도하는 반전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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