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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위용' 박찬호, 체인지업과 커브를 꺼내들다

SBS Sports
입력2012.05.18 09:10
수정2012.05.18 09:10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이제는 '팔색조' 위용을 보이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한국 무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시즌 2승(2패)째를 거뒀다. 7이닝은 한국 데뷔 후 최다 투구이닝. 총 투구수는 94개에 불과했다. 최고 149km 직구와 148km 투심 패스트볼 등 속구 계열의 공도 위력이 있었지만 대부분 결정구는 변화구였다. 빠른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변화구를 결정구로 삼는 패턴이었다. 견제사-주루사를 제외한 아웃카운트 19개 중 13개를 변화구로 잡은 것이었다. 



이날 박찬호는 직구(32개)·투심(8개) 등 속구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26개)·체인지업(14개)·커브(14개)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졌다. 주목해야 할 건 체인지업과 커브. 나란히 14개씩 던졌는데 이는 박찬호가 한국 데뷔 후 7경기 동안 가장 많은 체인지업·커브 구사였다. 반면 슬라이더 26개는 7경기 중에서 가장 적은 수치였다. 슬라이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체인지업과 커브라는 무기를 꺼내든 것이다. 

이날 박찬호의 체인지업은 김현수·정수빈·이성열 등 좌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쓰여졌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약간 휘며 떨어지기 때문에 좌타자에게 효과적이다. 직구와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딱 좋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박찬호는 2009년 필라델피아 시절 체인지업의 대가로 통하는 좌완 제이미 모이어로부터 조언을 받은 뒤 서클체인지업 그립으로 던지며 체인지업 비율이 상승했다. 

커브는 이른바 '슬러브(슬라이더+커브)'라 불렸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재미를 본 바 있다. 전성기때 구사한 빠르고 낙차 큰 파워 커브는 불같은 강속구와 함께 박찬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떨어진 이후에는 구사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한국에서도 커브 비율이 8.6%로 비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두산전에서는 14개 커브 중 10개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등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특히 이성열을 상대로 두 차례나 커브를 결정구로 던져 루킹·헛스윙 삼진 처리?다. 워낙 낙차가 큰 만큼 타자들이 움찔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박찬호의 체인지업·커브 비율상승은 '떨어지는 공'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변종 직구에 해당하는 투심·커터는 기본적으로 각도가 크지 않은 패스트볼 계열이고, 슬라이더는 횡으로 휘는 공이다. 반면 체인지업과 커브는 종으로 떨어지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힘을 배분할 수 있는 공이기 때문에 체력 안배에도 효과가 있다. 두산전에서 박찬호가 7회에도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체력적인 여유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박찬호는 이전부터 꾸준히 체인지업과 커브에 대한 준비를 했다. 덕아웃에서 쉬는 중에도 공을 손에서 놓치 않으며 체인지업과 커브 그립을 연습했고, 캐치볼을 하면서도 체인지업과 커브의 회전 및 각도를 수시로 체크했다. 실전용으로 확실히 가다듬었고, 실전에서 확실히 위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체인지업과 커브가 위력을 발할수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 '구위'가 통하기 때문이다. 두산전에서 142~149km에 형성된 박찬호의 직구에는 힘이 있었다. 직구의 힘이 받쳐줬기 때문에 체인지업-커브도 함께 위력을 보일 수 있었다. 직구의 힘이 없고 가운데 몰리는 체인지업과 커브는 장타를 허용하기 십상이다. 이날 박찬호는 2루타 2개를 맞았지만 외야수 키를 넘기거나 좌우중간을 가르는 대형 장타는 아니었다. 

체인지업과 커브라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든 박찬호. 전성기 파이어볼러와는 또 다른 '팔색조' 위용을 보이고 있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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