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vs 박지훈…2012 프로야구 신인왕은 누구?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2.07.09 10:30
수정2012.07.09 10:30
7월 초 현재 팀이 치른 72번의 경기 중 69번의 경기에 출전한 넥센의 내야수 서건창은 남다른 존재감으로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뒤를 KIA의 신인 투수 박지훈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서건창은 2012 시즌 개막경기서 결승타를 치며 그야말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 사실 프로 초년병 시절 LG에서 방출됐다 신고선수로 다시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이 1군에서 그야말로 마법 같은 활약을 펼치며 넥센 돌풍의 주역이 됐다는 스토리만으로 이미 '신인왕감'이다.
더욱이 서건창의 지칠 줄 모르던 페이스는 끝내 마의 '3할 타율'을 넘겼다. 7월 9일 현재 69경기에 출전해 226타수 68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시즌 타율은 0.301. 33득점, 25타점에 도루도 15개나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은 0.381로 전체 타자들 중 12위다. 이번 시즌 1번 타자에서부터 2번, 6번, 9번타자로 종횡무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서건창은 볼넷도 28개나 골라내며 매 타석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높은 출루율을 보이고 있다.
만년 하위팀이던 넥센이 중위권 이상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에는 팀의 득점권을 책임지고 있는 'LPG 트리오'의 존재감 그리고 선발 외국인 투수들의 맹활약에 원동력이 있겠지만 서건창을 필두로 한 '알짜배기' 선수들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서건창으로서는 2012 신인왕 판도에서 '스토리'와 '성적' 두 가지 부문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건창은 여전히 '3할'이나 '신인왕' 같은 타이틀에는 크게 욕심이 없다.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한 타이밍이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쉬지 않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이번 시즌 남은 전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성실한 활약에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있다.
사실 서건창은 개막전서 결승타를 치고 혜성같이 등장한 측면이 있지만 이후 얼마간은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1번을 맡든 9번을 맡든 자신의 활약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한 그는 희생번트를 대야하는 날도 많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승부처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고전하기도 했다. 5월 이후 결승타와 끝내기가 더 많아지면서 자신감도 붙고, 존재감도 커졌지만 시즌 초반의 어지럽던 시간 덕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서건창은 이 정도의 대단한 활약을 조금이나마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내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적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성실한 자세로 전 경기에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끝까지 묵묵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넥센의 서건창이 신인왕 판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두주자라면 강력한 '추격자'는 바로 KIA의 신인 투수 박지훈이다. 타자와 투수의 대결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순수 신인' 박지훈의 존재는 2012 신인왕 레이스를 지켜보는 팬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서건창의 스토리가 '2군 신화'에 가깝다면 지난해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 입단한 박지훈은 '신인(新人)'이라는 타이틀에 누구보다 걸맞는 선수이자 그런 선수들 중에서 가장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박지훈 역시 강력한 '신인왕' 경쟁자다.
비근한 예로 8일 목동구장에서 치러진 넥센과 KIA의 경기는 이 두 선수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타자와 투수의 활약을 팀의 승패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 비교할 순 없겠지만 이 날 경기서 더 무서운 존재감을 보여준 것은 단연 박지훈이었다.
7회 1사 만루상황. KIA의 외국인 투수 앤서니가 안타, 몸에 맞는 볼,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하자 선동열 감독은 지체 없이 신인투수 박지훈을 등판시켰다. 1-1 팽팽한 상황, 이 날 경기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역대 최고의 투수출신 감독은 89년생, 프로 1년차 투수를 택했다.
공교롭게도 마운드에 오른 박지훈이 대결해야 할 첫 타자는 서건창. 서건창은 1루수 쪽 땅볼을 치고 출루에 성공, 2사 만루의 득점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박지훈은 다음 타자인 장기영을 침착하게 삼진으로 잡으며 팀의 최대 위기를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KIA는 이 날 9회초 뽑은 1점으로 짜릿한 2-1 한 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놀라운 것은 이번 2012 시즌 들어 이러한 장면이 종종 있어왔다는 점이다. 선동열 감독은 덕아웃에서 자주 "박지훈은 신인 같지가 않다.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올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승부처에 투입해도 마음이 놓인다"는 평가를 전한다.
실제로 이번 시즌 초반 KIA가 순위표 하위권에서 고전하는 내내 팀이 어려울 때마다 가장 순도 높은 공헌을 한 선수 중 한 명은 신인투수 박지훈이었다. 7월 9일 현재 방어율 2.82를 기록하고 있는 박지훈은 30경기에 나와 9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 공동 6위에 올라있다.
8일 넥센과의 경기처럼 비록 홀드로 기록되지 않는 경기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박지훈이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 등판해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위기를 봉합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다는 점이다. 타점이나 득점으로 기록되는 타자와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지던 경기를 이기는 경기로 만들 줄 아는 신인 투수.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는 말에 방점을 찍는다면 박지훈은 그 어떤 보증수표보다 막강한, 선동열이 보증하는 최고의 신인 투수 중 한 명인 셈이다. 이제 프로 1년 차라고는 보기 힘든 박지훈의 침착한 모습과 팀 승리에 기여하는 순도 높은 활약은 2012 신인왕 경쟁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서건창이 시즌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사실 그라운드 밖에서 모습만 놓고 본다면 박지훈 역시 성실하고 담담한 이미지의 서건창과 비슷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박지훈 역시 침착하고 예의바른 '조용한 이미지'다. 팬들 사이서는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지훈 역시 "어떤 한 타자를 상대할 때 힘들다기 보다는 모두 같은 타자라고 생각하고 던지는 편이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다 보니 보람도 많고, 기쁨도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2012 신인왕 경쟁판도를 '2인자 대결'구도로 압축한 서건창과 박지훈은 공교롭게도 89년생 동갑내기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서건창은 KIA의 연고지이기도 한 광주제일고 출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부푼 꿈을 안고 LG에 입단했지만 방출됐다 신고선수가 되는 아픔을 거쳐 어려운 길을 돌아 지금의 자리에 왔다. 하지만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단국대학교를 졸업한 뒤 안정적으로 KIA의 지명을 받아 프로 1년 차가 된 박지훈은 사실 고교시절에는 봉황기에서 주전자만 날랐을 정도로 기복이 심했던 선수다.
걸어 온 길은 한참 다르지만 두 선수는 지금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서건창과 박지훈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는 듯한 2012 프로야구 신인왕 판도는 또 다른 경쟁자의 급부상을 기다리며 본격적인 예열을 시작했다.
(SBS ESPN 이은혜 기자)
(사진제공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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