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수비율 .993' 김재호, 되찾은 자신감

SBS Sports
입력2012.08.15 10:09
수정2012.08.15 10:09

한때 그는 반 시즌 가량 팀의 주전 유격수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선배 유격수의 제대 복귀 후 백업에 익숙해졌고 트레이드 루머까지 휩싸이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제대로 잡지 못했던 기회가 다시 오자 이번에는 확실히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베어스 9년차 유격수 김재호(27)가 제 위치에서 위력을 발산 중이다.

올 시즌 김재호는 주전 유격수 손시헌(32)의 발목 부상 공백을 메우며 52경기 2할3푼2리 7타점(14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타격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으나 수비 면에서 보면 김재호는 확실히 손시헌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단 한 개의 실책만을 저지른 김재호의 수비율은 9할9푼3리로 특급 수준이다. 김재호의 경기 표본이 적은 편이지만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가장 수비율이 좋은 김상수(삼성)의 기록이 9할8푼2리임을 감안하면 김재호가 유격수로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RF/9(수비범위, 1이닝 시 아웃카운트 기여도) 또한 1.695로 높은 편이다. 적어도 수비 면에서는 손시헌 못지 않은 확실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2004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입단했던 김재호는 상무 제대 후 2008시즌 전반기 동안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고전했던 이대수(한화)의 공백을 메우며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베이징올림픽으로 인한 휴식기 후 이대수에게 다시 유격수 자리를 내주기는 했으나 그해 김재호는 112경기 2할4푼9리 1홈런 21타점 12도루 14실책으로 팀에 보탬이 되었다.

정석적인 수비를 펼친 매뉴얼 플레이어였던 이대수와 달리 김재호는 투박해 보이면서도 운동능력을 앞세운 화려한 장면을 연출하며 기대치를 높였다. 한 야구인은 당시 김재호의 수비에 대해 "강하고 빠른 타구가 침대 매트리스에 흡수되었다가 스프링에 튀어나가듯 송구되는 느낌이다"라며 신기한 수비를 펼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2009년에도 김재호는 주전 2루수 고영민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80경기 2할3푼9리 3홈런 36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2010시즌부터 위축되기 시작했던 김재호다. 마땅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벤치 멤버로 머물렀고 트레이드 루머에도 오르내리며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지난 시즌이 김재호에게는 가장 큰 위기와 같았다. 손시헌이 늑골 골절상을 입으며 김재호에게 기회가 갔으나 왼 손목 통증으로 인해 확실하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1군 불펜코치였던 김진욱 현 감독은 "재호가 그 때 손목이 안 좋다보니 스스로 위축되면서 경기력까지 저하되고 말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때 '김ㅋㅋ'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김재호의 표정이 굳은 표정 일색이 되었던 한 해다. 지난해 김재호는 57경기 1할8푼3리 9타점으로 1군 전력이 된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힘든 한 해였어요. 제가 부족했던 탓이지요. 노력을 했다가 중간에 저도 모르게 포기를 해버린 시즌이었습니다. 굉장히 아쉬워요. 어렵게 왔던 기회도 어이없이 날려버리고. 사실 왼 손목 연골 부위가 안 좋아서 땅을 왼손으로 딛어도 아팠고 타격 순간에도 아팠어요”. 야구 인생 이래 가장 힘들었던 지난해를 떠올린 김재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루 백업으로 나선 경기가 더 많던 지난 3년과 달리 올 시즌 김재호는 자신의 본래 포지션에서 맹활약 중이다. 경찰청에서 제대한 후배 허경민도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김재호는 수비 안정성 면에서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유격수 자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잠실 SK전에서는 결승 3루타를 때려내는 등 최근 3경기서 12타수 6안타(5할) 2타점으로 타격 면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재호다.

김 감독은 "취임 초기에도 이야기했지만 감독으로서 확실하게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시헌이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재호가 비록 맹타를 터뜨리는 타자는 아니지만 유격수로서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맙다"라며 김재호를 칭찬했다. 14일 넥센전을 앞두고 상대팀 김시진 감독도 "두산은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있는데 김재호 같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라며 김재호를 비롯한 백업 멤버들의 좋은 활약상을 부러워했다.

기존 주전 손시헌이 발목 부상에서 회복, 2군 경기에 출장하며 1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라 김재호의 유격수로서 출장 기회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오랜만에 제 자리를 찾은 김재호가 손시헌의 수비 공백을 확실하게 메우며 팀의 도약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OSEN] 

ⓒ SBS & SBSi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