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필-박정배, 그림자에서 빛으로 '변신'
SBS Sports
입력2012.09.11 09:02
수정2012.09.11 09:02
두 선수는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소속팀이 없었다. 프로 14년 동안 35승을 거둔 베테랑 최영필은 2010시즌 후 한국프로야구에서 둥지를 잃었다. FA를 선언했지만 그를 받아줄 팀이 없었던 탓이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박정배도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두산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마무리훈련 중 짐을 싸며 설움을 곱씹었다. 둘 모두 야구 인생의 밑바닥을 쓸고 지나갔다.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SK였다. 박정배에게 테스트를 제의했고 합격점을 내렸다. 해외 독립리그에서 공을 던지며 현역 연장의 꿈을 불태운 최영필도 불러 들였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두 선수는 조용히 땀을 흘렸다. 그 땀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게끔 도왔다.
올 시즌 두 선수의 활약상은 팀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지난 5월 29일 1군 무대를 다시 밟은 최영필은 10일 현재 41경기를 모두 중간계투로 등판해 2승1패5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 중이다. 등록 후 1군 무대를 계속 지키며 박희수(55경기) 정우람(46경기) 엄정욱(44경기)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나섰다. 정해진 틀 없이 팀이 필요할 때마다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고 있어 공헌도가 높다. 전성기 시절 ‘마당쇠’로 불렸던 그 모습 그대로다.
박정배는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이다. 28경기에 등판해 3승2패 평균자책점 3.12의 좋은 성적이다. 60⅔이닝을 던져 프로 데뷔 후 5년 동안 던졌던 총 이닝(66⅓)에 근접하고 있다. 보직은 중간계투지만 선발진에 구멍이 났을 때는 긴급 투입되는 등 활용폭이 넓다. 지난 7월 13일 문학 두산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프로 첫 선발승을 따내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음지에서 일하는 두 선수의 진가는 지난 8일 문학 넥센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SK는 선발 부시가 2이닝 만에 6실점하며 무너졌다. 2-6으로 뒤진 상황에서 벤치의 마운드 운영 구상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영필과 박정배가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부시를 구원한 최영필은 2이닝을, 최영필에 이어 등판한 박정배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텼다. 5이닝 동안 넥센의 방망이를 차갑게 식힌 두 선수 덕에 SK는 11-6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9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두 선수를 극찬했다. “어제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감독은 “성준 투수코치와 불펜투수의 투입순서를 결정하는데 그날은 최영필이 1번이었다. 2-6 상황에서 패전조를 넣을까도 고민을 했었는데 그랬으면 경기가 넘어갔을 것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최영필과 박정배가 들어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칭찬했다.
두 선수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중간계투진에서 오른손 에이스라고 할 만한 엄정욱은 지난 8월 21일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다. 정상 컨디션을 찾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대신 올라온 이재영도 어깨와 팔꿈치 쪽이 좋지 않아 2군을 경험했던 기억이 있고 임경완은 현재 2군에 있다. '빛'이라고 할 수 있는 박희수와 정우람 앞에 나설 투수가 두 선수 외에는 마땅치 않다. 이쯤 되면 이들을 더 이상 그림자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졌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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