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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잊지 못할 이름, '거스 히딩크'와의 작별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2.11.28 18:12
수정2012.11.28 18:12

한국 축구사에서 가장 특별했던 존재 중 한 사람이 은퇴를 알려왔다. 2002 멤버들이 하나, 둘 현역을 떠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작별은 좀 다르다. 알고 있었음에도 아련한 그것.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12년을 끝으로 현역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28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언론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서 "블랙홀의 한 켠으로 사라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안지에 올 때부터, 이 팀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머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클럽은 내가 마지막으로 지도하는 팀이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현직에서 물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이다"고 밝혔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이 날 히딩크의 은퇴결정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지난 2012년 2월, 막대한 재정투자와 함께 팀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던 안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히딩크 감독은 2012/2013 시즌 개막 후 3개월을 넘긴 11월 말 현재, 팀을 리그 2위의 호성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해진 히딩크 감독의 은퇴결정은 다소 뜻밖인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왕성한 에너지를 과시하며 현장에서 호흡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이달 초인 9일에 치러졌던 리버풀과의 '2012/2013 유로파 리그' 조별리그 경기서는 팀의 1-0 승리를 이끌며 팀을 대회 32강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서 "66살이면, 내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많은 일들을 해 온 것 같다. 물론 나는 여전히 매일 아침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눈을 뜬다. 그러나 그런 일들조차 일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또 그가 왔어'하며 자신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안지는 내가 '지도하는' 마지막 팀이 될 것이다"며 은퇴를 결정하게 된 허심탄회한 속내를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히딩크 감독의 은퇴가 완전한 '끝'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82년 네덜란드 클럽 데 그라프샤프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한 지 30년. 히딩크 감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택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은퇴를 한다고 해서 축구계를 떠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유소년들을 지도하거나, 어린 코치들을 지도할 수도 있다. 축구계에서 새로운 경력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히딩크 감독.



'거장'의 은퇴소식이 한국 축구계에는 조금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1998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프랑스 월드컵 4강행을 이뤄냈던 히딩크 감독은 그 성공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거함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지도자 경력에 잠시 부침을 겪던 그가 2002년 한국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고, 또 그 이후 한국이라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올려 놓은 기적 같은 스토리는 비단 한국 축구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당시 대표팀 주역이던 황선홍, 최용수 같은 선수들이 이미 K리그의 지도자가 되어 우승을 경험하고 있다. 은퇴를 고민하고 있는 이영표와 현역 생활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박지성, 차두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미 유니폼을 벗은 지 오래다. 아쉽지만, 부정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와 만나 자신의 축구경력에 있어서도 그리고 축구사에 있어서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꿈을 이뤄냈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작은 진리로 기적을 일으키면서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고, 보잘 것 없던 현실에 희망을 전했다. 그는 올해를 끝으로 감독이라는 자리를 내려 놓지만 거스 히딩크라는 이름이, 축구사에서 은퇴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터치라인 옆에서, 골이 들어가면 아이처럼 좋아하던 그의 미소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SBS ESPN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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