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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25)‘빈볼 응징’ 발차기 유승안, 오명록의 되치기에 당하다

SBS Sports
입력2013.06.28 13:30
수정2013.06.28 13:30

유승안(빙그레 이글스); 고의적인 빈볼로 착각하여 투수에게 먼저 발길질 하여 구타사건과 관중소요 유발-제재금 50만 원, 출장정지 5게임

오명록(삼성 라이온즈); 타자의 발길질을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잉방어로 타자폭행 퇴장 조치-제재금 50만 원, 출장정지 5게임.

위의 내용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가 1989년 8월 18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빙그레와 삼성의 경기 도중 빈볼시비로 인한 그라운드 난투극을 일으킨 두 당사자에게 내린 벌칙 결과이다. 

오명록(당시 27살)의 빈볼성 투구와 그에 발끈한 유승안(당시 33살)의 응징은 전형적인 빈볼시비의 행동양상을 보여준다. 은근히 배를 간질이는 것은 징계내용에서 보다시피 유승안의 ‘발길질’을 오명록이 ‘되치기’ 하는 장면이다. 그 모습이 충분히 상상되고도 남는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빙그레가 10-1로 크게 앞선 9회 초. 승부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유승안은 그날 빙그레의 포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9회 초 첫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은 오명록을 4번째 투수로 등판시켜 유승안을 상대하게 했다.

오명록이 볼카운트 2볼에서 던진 공은 유승안의 몸 쪽을 향해 날아왔다. 유승안이 움칠하며 이를 피했다. 다시 오명록이 던진 공이 이번에도 몸 쪽을 향했고, 피하던 유승안의 배트에 스쳤다. 심판은 ‘헬멧에 맞았다’고 오판, 유승안을 1루로 걸어가도록 했다.

순간, 유승안은 빈볼로 판단, 1루와 홈 사이에 서 있던 오명록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갔다. 유승안은 오명록을 겨냥, 두 발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뿔싸!, 오명록이 손을 내저어 유승안의 발길질을 피하면서 오히려 오른발로 유승안의 배를 걷어찼다. 유승안은 보기 좋게 넘어지고 말았다.

5분쯤 흘러 그라운드 난투극을 겨우 수습한 백대삼 주심이 오명록과 유승안에게 퇴장 명령을 내��다.

당연하게도, 양 팀 덕 아웃에서 선수들이 쏟아져 나와 그라운드에서 뒤엉켰다.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관중석에서는 300여개의 빈병과 깡통이 그라운드로 마구 날아들었다. 일부 관중들은 경기장 안에 뛰어 들어 유승안이 있는 빙그레 덕 아웃으로 쳐들어가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1루 쪽 덕 아웃 위에서는 흥분한 삼성 응원관중들이 종이 따위를 그러모아 불을 지르는 등 난장판을 벌였다.

그 소동으로 경기는 13분간이나 중단됐다.
 
4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사건의 한 쪽 당사자였던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웃으면서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오명록의) 3번째 공이 무릎 쪽으로 날아들었다. 선, 후배 관계가 엄격할 때가 아니었나. 그래서 고개를 갸웃하면서 배트로 오명록을 가리키며 ‘너 조심해’하는 손짓을 했다. 그 다음 공은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머리를 숙인다고 했는데 배트에 스쳤다. 곧바로 마운드로 뛰어가 두 발치기를 날렸다. 그런데 오명록이 팔다리로 두발치기를 막아내는 바람에 내가 걸려 넘어져버렸다.”

유승안과 오명록은 얼마 뒤 이동하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유승안, “선배들한테 함부로 빈볼을 던지지 마라. 빈볼 맞아 죽으면 어떻게 할 거냐.”
오명록, “처음에는 빈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형이 화를 내서 (맞히려고) 옆구리 쪽으로 던지려고 했는데 그만 공이 떠서 머리 쪽으로 날아갔어요.”(서로 웃음)

유승안 감독은 “그 때는 빈볼이 빈번하던 시절이었다. 이만수처럼 홈런을 치고 관중석에 키스 날리는 등 유별난 행동을 하면 (속이 상해) 빈볼을 던진 투수들이 있었다. 자축은 좋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모르는 선수들은 많이 맞았다고 봐야한다.”며 “요즘에는 대개 손만 번쩍 들지만 옛날에는 튀는 행동이 나오면 곧바로 응징에 들어갔다”고 돌아보았다.

유승안 감독의 말에 따르면, 빈볼을 감독이나 코치가 직접 지시하는 일은 없다. 설사 그런 지시를 내린다면 누군가의 발설에 의해 알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배들이 시킬 수는 있겠지만, 대개는 묵시적으로 ‘투, 포수가 알아서’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 자신은 한화 감독 시절이나 현 경찰청 감독으로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 감독은 또 이런 설명도 곁들였다.

“빈볼은 필요악이라고 본다. 비신사적인 행동을 응징해야하기 때문이다. 의심스럽게 얻어맞으면 달려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보복성 빈볼은 야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보복을 보복으로 되갚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몸 쪽 위협구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릎 쪽으론 사실 던져서는 안 된다. 엉덩이 쪽으로 ‘경고 수준’으로 던지는 게 좋다.”

유승안 감독의 한 마디가 압권이다. “빈볼도 예의가 있다.” 하지만 어쩌랴, 빈볼에는 눈이 없는 것을. 

사족; 유승안은 그 해 85타점으로 타점왕에 올랐고 홈런도 21개로 2위(1위는 김성한의 26개)에 오르는 등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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