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준우승보다 값진 수확, 원석에서 보석으로 거듭난 송명근

SBS Sports
입력2013.10.08 10:03
수정2013.10.08 10:03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10년 만에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둔 2위 타이틀도 값지지만 한국 배구는 그보다 더 큰 수확을 거뒀다. '원석' 송명근(20, 러시앤캐시)이 '보석'으로 거듭났다.

송명근은 지난해 2012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기존 레프트 자원들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박기원 감독은 경기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송명근을 깜짝 발탁했다. 첫 성인 국제대회에 출전해 합격점을 받은 송명근은 이후 꾸준히 박기원호의 부름을 받으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아왔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선배들과 함께 1년 여 가까이 대표팀 생활을 하며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송명근은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표 차세대 레프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레프트 엔트리에는 송명근을 비롯해 전광인(22, KEPCO) 곽승석(25, 대한항공) 안준찬(27, 우리카드) 심경섭(22, 러시앤캐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실 전광인과 곽승석이 주전 멤버였기 때문에 원래대로였다면 송명근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광인과 곽승석은 대회 시작 전부터 각각 팔꿈치와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있었다. 재활 치료와 진통제 복용을 통해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풀세트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박 감독은 주전 공백을 송명근으로 메웠다. 이미 출국 전부터 구상해뒀던 전략이다. 작정하고 송명근에게 '자리'를 마련해줬다.

박 감독은 "(전)광인이와 (곽)승석이가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송)명근이도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 당장 대표팀 주전 멤버로 뛰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다"며 "광인이와 승석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명근이를 많이 기용할 생각이었다. 특히 명근이가 승석이 자리에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전 기회를 부여받은 송명근은 박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21강부터 결승까지 총 7경기를 치렀다. 송명근은 이 7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그 중 3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아프가니스탄과의 21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서브에이스 3개·블로킹 3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리며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또 이란과 두 차례(16강 조별리그 2차전·결승전) 만나 한국이 2연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송명근은 유일하게 제 몫을 다하며 각각 18점과 10점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명근이가 이번 대회를 치루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자신의 한계를 한 계단 뛰어넘은 것 같다.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크게 발전했다"며 "서브 리시브가 아직 부족하지만 현재 공격력과 서브력은 대표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 하다. 신장·힘·기술력을 모두 갖춘 명근이는 앞으로 한국 레프트를 책임질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 마련된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낸 송명근은 "감독님이 많은 기회를 주신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힘든 상황 속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대표팀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다른 때보다 다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만족할 수 있는 경기력은 아니었다"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득점 기회에서 실수가 많았다. 기술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다. 또 리시브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대표팀 레프트로 활약하기 위해선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 나가야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제 새로운 배구 인생에 도전하는 송명근이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2013~2014시즌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러시앤캐시의 지명을 받았다. 송명근은 "프로 무대에서 뛰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론 긴장도 된다"며 "평소 동경해오던 선배들과 함께 코트에 서게 된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우며 성장해 나가겠다.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아직 어리지만 프로로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OSEN]

ⓒ SBS & SBSi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