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함지훈, ‘테이프 욕설 사건’ 사제지간 문제일까
SBS Sports
입력2014.02.18 15:30
수정2014.02.18 15:30
지난 16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 대 KGC 경기 4쿼터 종료 3분 39초전. 77-64로 크게 앞선 유재학 감독은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을 가리키며 “너 스위치 얘기 했어? 안했어?”라며 수비실수를 지적했다. 이어 “야 테이프 줘봐. 테이프 입에 붙여”라며 트레이너에게 테이프를 잘라 함지훈의 입에 붙일 것을 지시했다. 테이프를 건네받은 함지훈이 머뭇거리자 “붙여 이 XX야”라고 욕설까지 나왔다. 함지훈은 마지못해 입에 테이프를 붙였다.
경기 후 일명 ‘테이프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함지훈의 이름은 급기야 포털사이트 검색어까지 올랐다. 경기 후 선수들은 외박을 나간 상태였고, 유재학 감독은 수면을 취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함지훈은 “감독님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재학 감독 역시 “내가 (함)지훈이를 얼마나 아끼는데...”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유 감독은 17일 방송매체를 통해 팬들에게 공개사과를 했다.
문제는 사건장면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는 점에 있다. 유재학 감독과 함지훈이 서로 오해가 없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공개적인 자리서 선수에게 면박을 준 것은 농구팬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농구를 즐기려던 팬들의 권리에 흠집을 낸 것. 아울러 프로농구 상품가치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줬다. 이날 농구를 처음 봤던 팬들이라면 코트를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전창진 KT 감독은 17일 "유 감독도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프로농구 감독들이 자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비유를 들어보자. 맛집으로 소문난 설렁탕집에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갔다. 그런데 사장이 홀에서 종업원에게 욕설을 하면서 잘못을 꾸짖고 있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종업원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사장님과 아무런 문제없다”며 설렁탕을 내놓는다. 듣던 대로 설렁탕은 맛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외식으로 주말의 여유를 즐기려던 가족의 기분은 이미 상한 상태다. 과연 이 가족은 다시 이 집을 찾을까.
‘테이프 사건’은 맛집 취재차 찾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사장이 종업원을 꾸짖�� 격이다. 국민들이 사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는데 과연 그 집 장사가 잘 될 수 있을까. 상품 자체의 질적 향상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포장하고 파는지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의 기본을 잊은 KBL이 흥행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유재학 감독의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다만 유재학 감독의 욕설은 KBL 비신사적 행위 관련 상벌조항에 해당된다. 유 감독은 벌금 등 사후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KBL은 18일 유재학 감독에 대한 처벌여부를 내부 논의할 방침이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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