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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핸드볼] 우선희의 한일전과 임영철의 뼈있는 당부

SBS Sports
입력2014.09.29 16:01
수정2014.09.29 16:01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베테랑 우선희(36, 삼척시청)에게 4년만에 설욕 기회가 생겼다.

우선희는 28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에 선발 출전, 팀에서 가장 많은 10골을 기록하며 41-30의 완승을 이끌었다. 따를 수 없는 스피드와 득점 센스는 카자흐스탄 수비진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우선희의 맹활약 속에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결승에 안착했다. 지난 2006년 끊어졌던 우승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한국은 오는 10월 1일 오후 6시 일본과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를 앞두게 됐다.

무엇보다 우선희는 결승상대가 일본이 되길 간절히 원했다. 4년전 2010년 광저우 대회의 아팠던 기억 때문이다. 당시 여자대표팀은 조별예선을 4전전승으로 통과했다. 그러나 4강전에서 일본에 28-29로 패해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이어오던 여자대표팀의 우승행진이 5연패에서 멈춘 순간이었다. 바로 그 대표팀 속에 우선희가 있었다.

우선희는 이날 경기 후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처음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세월이 흘러 다시 한국의 인천에서 대회를 맞이해 감회가 새롭다"면서 "광저우 때 따지 못한 금메달을 마음에 담은 채 4년이 흘렀다.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우선희는 중국과 일본 중 어떤 팀과 만났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에 "일본팀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2010년) 당시 아픔을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왔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이기고, 금메달까지 따 제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그 때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한일전을 깨끗하게 승리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슬쩍 미소를 보였다.



곧 취재진으로부터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우선희의 나이를 고려한 은퇴 시기를 물어본 것이었다. 이에 우선희는 "매 경기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 후 은퇴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또 우선희는 "선수생활에 많이 치중해 왔다.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남편의 외조 덕분이다. 올해가 결혼 10주년인데 내내 떨어져 살았다. 시댁에서 이해줘서 더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있었다"고 말해 이번 대회가 우선희의 은퇴 경기가 될 수 있다는 복선이 흐르는 듯 했다.

그러자 임영철 대표팀 감독이 서둘러 수습하고 나섰다. 임 감독은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인가. 앞으로 살 날이 더 많다"고 농담을 한 뒤 "앞으로 그런 질문은 안해주셨으면 한다"고 진지하게 당부했다. 이어 "팀에는 노장 선수가 있어야 신진세력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리우까지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오는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계약이 돼있는 상태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중요하지만 유럽과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여자 대표팀에게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그런 만큼 임영철 감독의 구상에 우선희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핸드볼 전문가들은 "우선희와 같은 라이트백은 흔하지 않다. 당장 우선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베테랑이 없다"면서 "우선희가 은퇴하고 나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자원이 사실상 없다. 대표팀에는 우선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희는 가족이냐, 핸드볼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후 은퇴 여부와 시기를 놓고 장고를 거듭 중이란 것이다. 하지만 우선희가 전력에서 빠질 경우 임 감독으로서는 한쪽 날개의 스피드와 득점루트를 동시에 잃게 된다.

2010 광저우 대회의 설욕을 노리고 있는 우선희. 일본전에서 승리할 경우 우선희는 4년 동안 고대했던 순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 임 감독은 일본전을 승리하면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이 정점이 되는 만큼 계속 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향점을 우선희에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결승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됐다. 우선희와 임 감독은 한일전 필승 각오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둘은 한일전 이후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할 듯 하다. 어쨌든 한일전을 이겨야 한다.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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